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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모임, 왜 혼자선 안 되고 모이면 될까

2026.06.29

책을 손으로 옮겨 적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어려운 건 꾸준히 하는 것이죠. 오늘부터 책 필사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은 밤이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리고 사흘쯤 지나 노트는 책상 한쪽으로 밀려납니다. 의지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혼자 하는 일은 늘 그렇게 흩어지기 마련이죠.

단순히 글을 베껴 적는 활동을 넘어서

최근 필사모임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사람들이 모임에서 배우려는 게 '필사하는 법'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필사하는 법은 단순합니다. 사람들이 필사모임에 오는 진짜 이유는 나란히 앉아 경험을 공유하고 옮겨 적은 글의 느낀 점을 나누고 싶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에는 '바디 더블링(body doubling)'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군가 옆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을 때, 혼자서는 시작조차 못 하던 일이 갑자기 가능해지는 현상입니다. 도서관에서 공부가 더 잘 되는 이유, 같이 운동할 사람이 있으면 빠지지 않는 이유와 같습니다. 사람들이 혼자 필사하기보다 모여서 필사하는 커뮤니티를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여서 하는 책 필사는 무엇이 다른가

혼자 하는 필사는 '해야 하는 숙제'가 되기 쉽습니다. 반면 모여서 하는 책 필사는 경험이 되고 만남의 약속이 됩니다.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자리, 같이 필사를 하는 이웃이 있으면 그 시간만큼은 다른 데로 새지 않습니다. 끝나고 나면 노트가 채워지고 그날의 대화가 남습니다.

카타르시스코드의 필사는 사전 과제가 아닙니다. 모여서 그 자리에서 함께 쓰고 대화를 나누는 것을 주요 활동으로 진행합니다. '얼마나 많이 썼는지'를 겨루지 않습니다. 누구의 글씨가 더 예쁜지 줄 세우지도 않습니다. 각자의 속도로 한 단락을 옮겨 적습니다. 잘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 모임의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catharsiscode는 같은 동네 이웃이 모여 책을 읽고, 손으로 옮겨 적고, 이야기를 나누는 로컬 독서·필사 커뮤니티입니다. 혼자 하는 자기계발이 아니라, 관계 안에서 천천히 자라는 것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