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모임, 가서 뭐 하는 건지 궁금하셨죠?
2026.07.27
"필사모임 다녀요"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이렇게 묻습니다. 그거 그냥 베껴 쓰는 거 아니야? 그걸 왜 모여서 해?
반은 맞고 반은 다릅니다. 베껴 쓰는 것 맞아요. 그런데 모여서 하는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두 시간 동안 이런 걸 합니다
시작은 간단해요. 정해진 시간에 카페에 모여서, 오늘 읽을 대목을 펴고, 각자 삼십 분쯤 옮겨 적습니다.
모여서 쓰는 게 뭐가 다르냐면, 됩니다. 집에서는 노트 펴는 데까지가 제일 어렵잖아요(그래서 다들 노트가 앞쪽 몇 장에서 멈춰 있고요). 옆에서 몇 사람이 사각사각 쓰고 있으면 이상하게 그냥 써져요. 도서관에서 공부가 더 되는 것과 같아요. 바디 더블링이라고 부릅니다.
쓰고 나서가 사실 이 모임의 본편입니다. 같은 챕터를 폈는데 골라 적은 문장이 다들 달라요. 왜 그 문장이었는지 묻다 보면, 책 얘기가 슬그머니 각자 요즘 얘기로 넘어갑니다. 방금 손으로 꾹꾹 눌러 쓴 문장이라 그런가, 고른 이유에 마음이 조금씩 묻어 있거든요.
어떤 날은 말 없이, 필담으로
가끔은 색다르게 합니다. 필담(筆談), 말 대신 글로 묻고 답하는 거예요.
옮겨 적은 단락 아래에 떠오른 생각을 한 줄 적고, 옆 사람과 노트를 바꿉니다. 상대 글을 천천히 읽고 그 아래 답을 적어 돌려줘요. 옆에서 보면 그냥 노트만 주고받는 걸로 보일 거예요.
말로 하면 그냥 지나갔을 대답을 한참 붙들고 적게 돼요. 그리고 끝나면 그날 나눈 대화가 노트에 그대로 남아요. 말은 흩어지는데 이건 가져갑니다.
이런 분이면 잘 맞을 거예요
- 혼자 하는 필사가 자꾸 끊기는 분
- 독서모임은 부담스러운 분. 책 한 권을 다 읽고 감상을 말해야 하는 자리가 아니에요. 오늘 적은 한 단락이면 충분합니다
- 사람들과 있고 싶은데 말하기는 좀 벅찬 날이 많은 분. 필담이 있는 이유입니다
- 글씨 못 쓰는 분도요. 여기서 글씨 잘 쓰는 사람 아무도 신경 안 씁니다.
경쟁이 없는 게 이 모임의 성격입니다. 누가 많이 썼는지 세지 않고, 잘 썼는지 겨루지 않아요.
궁금해하실 것들
책이랑 펜, 노트만 챙겨 오시면 돼요. 음료는 각자 주문하고요. 삼십 분 안에 다 못 써도 괜찮아요, 쓴 데까지 바꿉니다. 오프라인이 기본이지만 화면으로 만나는 온라인 자리도 있어요.
catharsiscode는 같은 동네 이웃이 모여 책 읽고, 필사하고, 그 문장으로 대화하는 독서·필사 모임입니다. 어떤 모임들이 있는지 구경만 하셔도 됩니다. 서랍 속 그 노트, 핑계가 하나 필요했을 뿐인지도 몰라요.